국립오페라단의 2016-17 시즌의 7번째 레퍼토리.
비발디의 오를란도 핀토 파쵸 (1714년 초연). 3시간 10분 소요.
[등장인물*]
크리스트교 기사들을 모두 죽이겠다고 지옥의 신들에게 맹세한 마녀
에르실라(S).
에르실라를 죽이기 위해 그녀의 나라에 침입한 기사들.
오를란도 (B),
브란디마르테 (T),
그리포네 (C.T, S),
오리질레 (C.A).
마녀 에르실라의 기사인
아르질라노 (C.T, C.A),
에르실라의 여사제인
티그린다 (M.S).
* S 소프라노, M.S 메조 소프라노, C.A 콘트랄토, T 테너, B 바리톤, C.T 카운터 테너
[줄거리]
마녀
에르실라를 무찌르는 여정 가운데, 등장인물들은 사랑을 잃기도 되찾기도 한다. 기사
오를란도가 마녀
에르실라에게 붙잡히고, 정체를 들키지 않기 위해 미치광이 행세를 한다. (그래서 제목이 오를란도 핀토 파쵸이다.)
에르실라의 계략으로
오를란도의 정체가 탄로 나지만,
오를란도의 강한 힘 앞에서
에르실라는 힘 없이 무너지며 복수를 예고하며 도망친다.
에르실라가 떠난 후
에르실라의 나라는 평온을 되찾는다.
|
에르실라가 도망치고 평화가 찾아온다. 2016년 아시아 초연 때의 연출. 출처 [국립오페라단] |
마녀와 기사단의 대립이지만 그들의 관계는 복잡하다. 7각 관계.
오리질레는
그리포네를,
그리포네는
티그린다를,
티그린다는
아르질라노를,
아르질라노는
에르실라를,
에르실라는
오를란도를. 제대로된 연인은
오를란도와 안젤리카.
긴박한 상황에서도 엇갈리는 사랑과 배신. 목숨을 걸고 사랑에 뛰어든다. 사랑을 위해서 남장이나 여장을 하기도 하고, 사랑을 잊으려고 사랑도 한다.
[감상]
마녀
에르실라에게 푹 빠져버렸다. 사악하고 무서운 마녀지만 원수인
오를란도를 알아보지 못하고 사랑에 빠진다. 사랑에 빠진
에르실라의 모습은 사춘기 소녀처럼 순수했다. 나중에
오를란도의 정체가 탄로난 후 배신감에 사무쳐 부르는 아리아는 처절하기까지 했다.
|
에르실라가 왕좌에 앉아있는 모습. 2016년 아시아 초연 때의 연출. 출처 [국립오페라단] |
Recitativo (S)
Che volto! Ah, no, mio cuore.
참으로 잘 생겼네! 아, 안돼, 나의 마음.
il cuor di Ersilla non vaneggia d'Amor.
에르실라의 마음은 사랑은 원치 않아.
Come sfavilla in lui d'Amor la face!
이 남자 얼굴에선 어찌하여 사랑의 빛이!
Arvampo, sudo, tremo, impallidisco.
내 몸이 타올라 땀이 나고, 떨리고, 창백해네.
Oh amate labbra! Oh volto almo e sereno!
오 사랑스러운 입술! 오 하늘에서 내린 평온한 얼굴!
Recitativo (S)
Amante ti credei,
나의 연인인 줄 알았는데,
ma la mia fede dalla tua frode fu delusa.
나의 사랑이 당신의 속임수에 배반 당해버렸어.
iniquo traditore! sleal, empio, spergiuro!
나쁜 배신자! 비열한 사기꾼!
ahi! che mi scoppia il cuor!
아아! 마음이 찢어지는구나!
rendimi, ingrato, quell'amor che involasti, quella fé che rubasti all'alma mia!
당신이 훔쳐간 내 사랑과, 내 마음에서 앗아간 한결 같은 지조를 돌려놔!
oh, fede! oh, amor!
아, 믿음! 아, 사랑!
oh, duolo! oh, gelosia!
아, 슬픔! 아, 질투!
Aria (S) Ma non sempre sarò invendicata.
그러나 절대로 복수를 포기하지 않겠다.
cotro voi serberò un odio eterno
내 증오는 끝이 없을지니
e tifei e titani armerò.
훗날 괴물과 거인을 무장시킬테다.
|
그리포네 역을 맡은 정시만 카운터 테너가 정말 멋졌다. 아름다우면서도 강한 목소리. 그가 보여준 연기까지도!
나는 바흐와 헨델을 매일 듣지만 비발디는 친숙하지 않다. 사계조차 안 좋아해서.
오늘 비발디를 새롭게 알게 되었다. 시대를 너무 앞서갔다. 진지함 속에서도 생기 넘치는 해학. 감히 그 어떤 오페라나, 심지어 뮤지컬보다 뛰어난 해학을 보여줬다고 단언할 수 있겠다. 모짜르트의 돈 지오반니를 하하 웃으면서 봤다면, 오늘은 깔깔깔 웃으면서 본 정도.
Aria (Tigrinda) Ad Argillano (아르질라노에게) Ad Origille (오리질레에게)
Mio caro!
내 사랑!
Traditor!
배신자!
Per te son tutta amor.
내 사랑은 당신 뿐이에요.
Per te di sdegno avvampo!
너, 나를 화나게 했어!
Mio ben, fellon, mio sol!
내 사랑, 나쁜 놈, 나의 태양
Vedimi in volto il lampo,
네 놈에게 떨어질 벼락이,
foriero a te del fulmine.
훤히 보이는구나.
Caro, negl'occhi guardami,
내 사랑, 제 눈을 봐주세요,
vedrai per qual ferita, mia vita, il cuor si duol.
상처로 가슴 아파하는 제가 보일거에요.
|
티그린다가
아르질라노와
오리질레 사이에서 부르는 아리아.
아르질라노에게 구애를 하고
오리질레에게 화를 내는 과정에서 상대를 순간 헷갈려한다.
오리질레에게 'Mio ben, mio sol!'이라니!
[연출]
바로크적 환상의 재현. 조명감독과 무대 디자이너, 의상 연출가에서 박수를.
에르실라가 도망치며 날아갈때 정말 대단했다.
|
인터미션: 막이 [닫힌] 모습. |
|
커튼콜: 왼쪽에서부터 브란디마르테, 그리포네, 오를란도, 에르실라, 지휘자, 아르질라노, 오리질레, 티그린다, 안젤리카. |
헤어나오질 못해서 일요일 티켓을 한장 더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