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November 26, 2017

2017/11/26

1. 
시 한 편을 받았다.
감사하다.


갈대
신경림  

언제부터인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ㅡ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몇가지 다짐과 함께 시를 감상해보니 마음이 조금은 후련해졌다.


2.
산다는 것은 다 그렇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옆 사람들도, 나와는 다른 일을 하는 그 사람들도.
차마 티를 내지 못하는 것은, 타인을 위한 배려일까 솔직하지 못함일까...


3.
인생은 작은 것들이 쌓여가는 과정인 것 같다.
[작은] 것에 대한 관점들이 그 사람을 [전부] 보여주는 것 같다.
자기 삶에 대한 몇가지 원리도, 관점도 없는 사람들이 있다.
나에게 적대적이라도 삶의 원리와 관점에 충실한 이들에게 마음이 간다.


4.
간만에 옛 사진첩 [폴더]를 뒤져보았다.
힘든 시기때 찍은 사진이라도 그저 그립기만하고, 미소 짓게 된다.
많은 것을 기록하는 집착.
왜 과거에 잡혀살까 고민도 했지만 이제는 알겠다.
내가 겪은 삶, 과거가 없다면 어떻게 미래를 기대할 수 있겠나.
미래도 현재도 지나간 일 때문에 의미가 있는걸까?


5.
며칠 전, 꿈에 짓눌려 눈물이 터져나온 그날.
왜 울었을까 생각해보았다.
나는 내 손에 쥐어지지 않으면, 가지지 못하면 항상 울었던 것 같다.

Tuesday, November 14, 2017

다시 돌아온 겨울

2년만이다.
집에 들어오니 눈물이 터져나왔다.
어제도 오늘도...

2년 전 겨울이 떠오른다.
다 그만 두고 싶었고, 하루하루 버티는 것도 힘들었다.
집에 와서 베개에 얼굴 쳐박고 울고.
다시 일어나 닥치는 대로 연구하고.
끝날 것 같지 않았던 그때가 벌써 2년 전이다.

며칠 전 누군가가 말했다.
지금 잘 지내는 모습, 즐겁게 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니
2년 전이랑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그런가보다 했다. 정말 강해졌으니깐.

아니었다. 다시 찾아왔다.
내게 남은 시간도 적은 것처럼 느껴지고.
당장 내일을 어떻게 버텨야할지도 걱정이다.
끝날까...? 잘 이겨낼 수 있을까...?



나는 큰 것을 보지 못한다. 대신 섬세하다.
물리학은 수학적인 엄밀함을 놓쳐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고생이 많은 것 같다.


중요한 시기인 것은 분명하다.
나는 이제 어떤 사람이 되어갈까...

Thursday, September 28, 2017

T.Merula: Folle è ben chi si crede

"그는 정말 바보야"
유치하지만 얼마나 솔직한 가사인지...

최근에 Monteverdi를 접하게 되면서 고음악을 열심히 듣는 중이다.
음악가들이 르네상스와 바로크 사이,
얼마나 고심하고 새로운 시대에 도전했는지 느끼고 있다.
[나는...?]

요새 빠져 있는 곡은 [Folle è ben chi si crede]로
T.Merula (1595-1665)가 작곡하였다.
오르간 음악도 남긴 것 같은데 곧 들어봐야지...

영상은 Gemma Bertagnolli (Sopran)와 Marco Mencoboni (Cembalo).







Folle è ben che si crede
che per dolce lusinghe amorose
o per fiere minaccie sdegnose
dal bel Idolo mio rittraga il piede.

Cangi pur suo pensiero

ch'il mio cor prigioniero
spera che goda la libertà.
Dica chi vuole, dica chi sa.

Altri per gelosia

spiri pur empie fiamme dal seno
versi pure Megera il veneno
perchè rompi al mio ben la fede mia.
Morte il viver mi toglia
mai fia ver che si scioglia
quel caro laccio che preso m'ha.
Dica chi vuole, dica chi sa.

Ben havrò tempo, e loco

da sfogar l'amorose mie pene
da temprar de l'amato mio bene
e de l'arso mio cor, l'occulto foco,
e trà l'ombre, e gli orrori
de notturni splendori
il mio ben furto s'asconderà.
Dica chi vuole, dica chi sa.


Mad is the man who thinks
that for sweet and amorous flattery,
or proud and haughty threats,
I would turn my steps away from my beautiful idol.

Let him give up his belief
that my imprisoned heart
hopes to enjoy liberty.
Let those speak who wish, let those speak who know.

Let others, out of jealousy,
breathe foul flames from their hearts;
let the Fury Megæra pour forth her venom
to make me break my oath to my beloved.
Death may snatch my life away,
but never will it loosen
this precious bond that’s possessed me.
Let those speak who wish, let those speak who know.

Soon I'll have both time and place
to vent my amorous pangs,
to tune the secret fire
of my beloved and of my flame-scarred heart;
And among the shadows and terrors
of nocturnal splendors,
my beloved will be hiding secretly.
Let those speak who wish, let those speak who know.

Saturday, September 9, 2017

문학과 음악 속에서

책 읽기에 빠져 한창 독서 중이다.
며칠전 파우스트 1부를 읽던 중이었다.
단두대에서 사형집행을 기다리며 악마의 유혹을 뿌리치는 그레트헨.
자기를 부정하며 신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전적으로 신에 의한 구원을 받는다.
숨막히는 이 장면에서 마침 듣고 있던 곡은 바흐의 150번 칸타타의 마지막 합창.

Nach dir, Herr, verlanget mich [For Thee, O Lord, I long], BWV.150,
Coro: Meine Tage in dem Leide [My days is suffering]




다행히 내가 들었던 헬무트 릴링의 음반이 Youtube에 올라와있다.
마사키 스즈키의 음반도 들어봤는데, 경건하고 차분하나 뭔가 아쉬움이 느껴졌다.
차이는 오르간 반주. 릴링은 오르간을 사용하고 스즈키는 사용하지 않고.

긴박하고 극적인 바이올린 선율이 끝나고 다시 들리기 (계속 연주되고 있긴 하지만...) 시작하는 오르간. 더불어 그레트헨의 구원.
감히 영적인 체험이라 할 만하다.

Tuesday, August 29, 2017

Libretto




Sei mio nume, se il mio bene,
Sei mio sole e sei mio cor.

Sei mia gioia e sei mia pace,
Sei mia stella e sei mio sol.

In sue amabili catene,
Ne' restringa eterno amor.

Non si spenga mai la face,
Vada lunge e pena, e duol.


Vivaldi: Orlando (1714)  
Duetto(Angelica, Medoro): Sei mio nume, se il mio bene  



Vivaldi의 오페라들을 듣는 일이 이렇게 즐거울 줄이야...!
이쯤 되니 한글 번역은 무슨...
음반을 사지 않으면, Libretto(대본)을 구하는 일조차 어렵다.

읽혀지지 않는 영어 번역 끙끙대며 읽지만,
자기들끼리 나만 쏙 빼놓고 무슨 이야기들을 하는지 알게 되면,
몹시 기쁘다.

Libretto 열심히 읽어대면 이탈리아어, 독일어, 프랑스어가 좀 익숙해지려나...

Sunday, August 20, 2017

2017/08/20


누군가는 신의 은총이라도 받았는지 그의 입에서 아름다운 선율과 노랫말이 멈추지 않는다.

들을 수 있는 것만으로 삶의 행복이니,
감사하다.

Saturday, August 19, 2017

이도저도 아닌


길 가다가 만난 참새 한 마리.
보기만 해도 행복을 자아내는 존재, 아름다워.
오늘 하루 쓸쓸했던 탓, 친구가 되어보고자 다가간다.
작은 친구도 나를 보고 다가오더니,
이내 무리 속으로 도망치며 한 마디 던진다.

"너는 나와 다르다."

그날 나는 세상에 혼자였다.

Friday, August 4, 2017

[책 읽기: 포르노그라피아, 첫사랑], [음악 감상: Prokofiev: Piano concerto No.2]

간만에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비톨트 곰브로비치: 포르노그라피아
이반 투르게네프: 첫사랑

공교롭게도 두 이야기 모두 성숙과 미성숙을 다뤘다고 할 수 있겠다.
[첫사랑]은 두번째 읽어보는데 4년 전 읽었을 때와는 비교가 안 되게 몰입.
하루만에 다 읽어버렸다.
[포르노그라피아]는 손에서 놓기는 힘들었지만 기분이 영 좋지는 않았다.

곰브로비치의 말을 인용하자면, "나의 소관은 철학이 아니다."
두 사람 모두 이야기꾼일 뿐이다.
궁금증, 욕망을 자극하는 것은 [포르노그라피아],
격정적이고 감정을 고양시키는 것은 [첫사랑].




Yuja Wang, Gustavo Dudamel의
[Rachmaninov & Prokofiev: Piano Concertos]를 사놓고,
Rachmaninov 3번만 듣고 있다가
힘을 내어 Prokofiev 2번을 듣게 되었다.



놀랍다. 3번 1악장을 떠올리게 하는 1악장도 재미있었지만, 3악장...
왜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듣게 된다.
한동안 Bartok 2번만 들었듯, 당분간 Prokofiev 2번을 계속 들을 듯.




나도 시작 부분에 괜히 웃음이 나던데 -웃긴게 아닌!- Yuja Wang도 웃는구나. 무엇 때문에?
영상은 샤를 뒤투아, 유자 왕.

Sunday, July 23, 2017

새로운 취미 [커피]

몇달전부터 일주일에 한번씩 꾸준히 커피를 마시고 있다.
꽤나 진지하게.
바리스타들과 친해지는 것도 또 다른 기쁨.

그러다가 평소에도 좋은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에
하리오 드립세트를 충동적으로 구매했다.
대충 2주 전.

손님 입장에서 바리스타가 커피 내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신기하고 재밌어 보이는데, 이제는 내리는 이의 수고를 알게 되었다.

뜸들이기부터 추출을 끝내는 시점까지, 얼마나 섬세한 작업들이 필요한지.

이제야 요령이 좀 생겼고...
과학적으로 커피를 분석한 책도 읽으면서 지식도 쌓아가고 있고...

미각을 발달시키기 위해 비교 시음을 시도하는 단계.
결과물의 편차를 줄이기 위해 프렌치 프레스를 구매했다.
덤으로 Mr.Clever 드리퍼까지...
김 모 바리스타가 겁도 없이 편차가 큰 하리오 V60을 샀냐며, Mr.Clever를 추천해줬다 :)

빨리 물건들을 받아보고 싶다. 또 어떠한 세계가 펼쳐질지...

 - 그간 마셔본 커피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아리차 G2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No.1
코스타리카 핀카 레온시오
콜롬비아 스페셜 만타
하와이안 코나 엑스트라 팬시
케냐 뮬리마 AA

 - 직접 내려본 커피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아바야 G2
에티오피아 아리차 G1 네츄럴
인도네시아 블루 만델링 G1
코스타리카 핀카 레온시오


커피들을 좀 마셔보니 약배전이 좋은데 시중에 나온 원두들은 대부분 City 이상의 배전도다... 원두 구입처를 알아보는 것도 중요한 일이 되겠네.



Friday, July 14, 2017

Olivier Latry의 Guilmant: Sonata

올리비에 라트리.

Youtube를 둘러보다가 Olivier Latry의 연주를 듣게 되었다. 정말 간만에.
아르테(arte)에서 녹화를 했었구나.
길망 소나타의 피날레는 언제 들어도 경쾌하고 시원하다.

8월에 내한하는데, 프로그램을 보니 그다지 끌리지 않는다.
그래도 한번 가볼까...


Thursday, July 6, 2017

Sunday, June 11, 2017

6월 구입 음반

[Vivaldi: Orlando finto pazzo]
Conductor: Alessandro De Marchi, Orchestra: Academia Montis Regalis, Orlando: Antonio Abete (Bass), Grifone: Martin Oro (Countertenor), Origille: Sonia Prina (Contralto), Brandimarte: Marianna Pizzolato (Mezzo Soprano), Tigrinda: Marina Comparato (Mezzo Soprano), Argillano: Manuela Custer (Mezzo Soprano), Ersilla: Gemma Bertagnolli (Soprano)


[Vivaldi: Orlando furioso]
Conductor: Federico Maria Sardelli, Orchestra: Modo Antiquo, Orlando: Riccardo Novaro (Baritone), Alcina: Romina Basso (Mezzo Soprano), Brandemante: Gaëlle Arquez (Soprano), Angelica: Teodora Gheorghiu (Soprano), Medoro: Delphine Galou (Contralto), Ruggiero: David DQ Lee (Countertenor), Astolfo: Roberta Mameli (Soprano)


[Handel: Samson]
Conductor: Nikolaus Harnoncourt, Orchestra: Concentus musicus Wien, Choir: Arnold Schoenberg Chor, Samson: Anthony Rolfe Johnson (Tenor), Dalila: Roberta Alexander (Soprano), Micah: Jochen Kowalski (Contralto), Manoa: Anton Scharinger (Bass), Harapha: Alastair Miles (Bass), Israelitish Woman/Virgin: Maria Venuti (Soprano), Philistine Woman/Attendant to Dalila: Angela Maria Blasi (Soprano), Philistine/Messenger: Christoph Prégardien (Tenor)


[Handel: Rinaldo]
Conductor: René Jacobs, Orchestra: Freiburger Barockorchester, Rinaldo: Vivica Genaux (Mezzo Soprano), Armida: Inga Kalna (Soprano), Almirena: Miah Persson (Soprano), Goffredo: Lawrence Zazzo (Countertenor), Argante: James Rutherford (Baritone), Eustazio: Christophe Dumaux (Countertenor), Mago cristiano: Dominique Visse (Countertenor)


[Bach: Das Wohltemperierte Klavier]

Organ: Daniele Boccaccio


[Schubert: Lieder]

Soprano: Barbara Bonney, Piano: Geoffrey Parsons


[Shostakovich: Symphonies Nos.5 & 9]
Conductor: Leonard Bernstein, Orchestra: New York Philharmonic


[심규선: 환상소곡집 Op.1]


[프롬: REVE]


Friday, June 9, 2017

잠언 10장



너희 부모를 공경하여라.
그래야 너희는, 주 너희 하나님이
너희에게 준 땅에서 오래도록 살 것이다.
[출애굽기 20:12]

이것은 솔로몬의 잠언이다.
지혜로운 아들은 아버지를 기쁘게 하지만,
미련한 아들은 어머니의 근심거리이다.
[잠언 10:1]

자녀이신 여러분,
주 안에서 여러분의 부모에게 복종하십시오.
이것이 옳은 일입니다.
"네 부모를 공경하여라" 한 계명은
약속이 딸려 있는 첫째 계명입니다.
네가 잘 되고,
땅에서 오래 살 것이다" 한 약속입니다.
또 아버지이신 여러분,
여러분의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고,
주님의 훈련과 훈계로 기르십시오.
[에베소서 6:1-4]



Thursday, June 8, 2017

[Das Wohltemperierte Klavier] 오르간 연주

하루 힘겹게 살다가 집에 돌아오니 주문한 CD들이 와있었다.
Barbara Bonney의 Schubert 가곡집과
Daniele Boccaccio의 Bach 평균율 오르간 연주집.

평균율 음반은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좋다고들 하는데,
사람들은 대부분 피아노와 하프시코드 연주집을 듣는다.

사실 바흐는 평균율 악보에 특정 악기를 지정하지 않아서,
현재까지도 무슨 악기로 연주해야하는지는 의견이 분분하다고 한다.

그런데, 악보를 잘 들여다보면 Teil I (Book 1)의 a-Moll (A minor), f-Moll,
Teil II의 C-Dur (C major)은 긴 레가토 파트 때문에
당시 하프시코드로는 제대로 된 연주가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전곡을 오르간 연주를 위해 작곡했을까?

전곡을 녹음하되, 곡마다 적절하게 하프시코드와 오르간을
번갈아가며 연주한 Robert Levin의 음반을 들으면 꼭 그런 것 같지도 않다.

다만 전곡을 오르간으로 연주하면 어떨까 궁금해졌다. 그래서 고른게 이 음반.


모든 소음을 죽이고, CD 플레이어에 CD를 집어넣었다.
1번 전주곡부터 말할 수 없는 감동이 느껴졌다.
오늘 하루는 이것만으로도 기쁘다.

Tuesday, June 6, 2017

음반 모으기 / 음반시장

음반을 모으기 시작한지 4년 정도 되어 간다.
방에 CD들이 쌓이고 쌓여서 불편한 점도 있다만 좋은 점들이 있지.

1. 클래식의 경우 음원제공사이트들을 못 믿겠다. 작곡가와 지휘자도 구별 못하는 인간들이 곡 목록을 관리하는 경우가 많아서. 제공이 안 되는 음반들이 많고.
2. 고음질 파일을 DAP에 넣어 듣는 맛?
3. CD 플레이어로 들어야 집중도가 올라간다.
4. 가격이 오른다.

사실 4번이 가장 재밌는 특징인 것 같다.
국카스텐의 앨범이 20만원으로, 이랑의 앨범이 10만원으로, 프롬의 앨범이 20만원으로 팍팍팍 뛰는 것을 보면, 팔지도 않을거면서 기분이 좋다. 보물 하나를 미리 알아봤다는 기쁨.
그런데 이 때문에 불안하기도 하다. 당장 삶이 궁핍해서 못 사는 음반들이 있는데, 절판 후에 얼마나 뛸지 상상해보면...



한희정 신보를 살까말까 고민하다가 안 샀는데, 절판 후 가격이 무지 뛴 것을 보고 아쉬워하며 적는 글.

Monday, June 5, 2017

잠언 3장



아이들아, 건전한 지혜와 분별력을 모두 잘 간직하여
너의 시야에서 떠나지 않게 하여라.
그것이 너의 영혼에 생기를 불어넣으며,
너의 목에 우아한 장식물이 될 것이다.
그 때에 너는 너의 길을 무사히 갈 것이며,
너의 발은 걸려 넘어지지 않을 것이다.
너는 누워도 두렵지 않고,
누우면 곧 단잠을 자게 될 것이다.
[잠언 3:21-24]


읽는건 아무나 다 할 수 있지만, 기억하고 지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Sunday, June 4, 2017

되찾은 성구

익숙해지다보니 의미가 퇴색해버렸다.
문득 그날을 떠올리게 되었고, 반성하고 되새기고 있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
[창세기 1:1]

여러분이 예수 안에 있는 진리대로
그분에게서 듣고,
또 예수 안에서 가르침을 받았으면,
여러분은, 지난날의 생활방식에
얽매여서 허망한 욕정을 따라 살다가
썩어 없어질 옛 사람을 벗어버리고,
마음의 영을 새롭게 하여,
하나님을 따라 참된 의로움과 거룩함으로
지으심을 받은 새 사람을 입으십시오.
[에베소서 4:21-24]

이 모든 일을 너희가 저질렀어도
내가 잠잠하였더니,
너희는 틀림없이,
'내가' 너희와 같은 줄로 잘못 생각했구나.
이제 나는 너희를 호되게 꾸짖고,
너희의 눈 앞에 너희의 죄상을
낱낱히 밝혀 보이겠다.
[시편 50:21]



Sunday, May 21, 2017

Arvo Pärt: Credo

기분이 좀 상하는 일이 있었다.
내 딴에는 아둥바둥 살고 있는데 누군가의 기대에는 못 미쳤나보다.

조금 서러웠다. 어렸을 적부터 남들보다 많이 느렸다. 지금도 여전히.
나는 여전한데, 나를 대하는 사람들이 달라졌다. 기다려줄 여유가 없는 사람들.

예배 드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Arvo Pärt의 'Credo'를 들었다.

몇달 전에 사서 열광적으로 들었던 Hélène Grimaud의 DG 데뷔 앨범 [Credo]의 마지막 곡.
앨범의 구성이 굉장히 특이하다.
앨범 커버 사진부터 곡의 흐름까지 하나의 색을 띠고 있다.


창백한 에메랄드 빛 호수에 피아노 소리가 물방울처럼 떨어진다.
Corigliano의 'Fantasia', Beethoven의 'The Tempest', 'Choral Fantasy'를 거쳐 Pärt의 'Credo'까지.
모든 것이 하나처럼 연결되어 있다.
Tempest에서 Choral Fantasy를 거쳐 Credo까지 넘어가는 순간순간이 정말 소름 끼칠 정도.

'Credo'는 에스토니아 출신 현대음악가 Arvo Pärt (1935-)의 작품이다. 처음에는 다분히 종교적인 색채로 Chorus가 시작되고, Bach의 평균율 1번이 피아노로 연주된다. 이때까지는 아름답게 들을 수 있지만, 이내 혼돈이 찾아오며 무조성으로 흘러간다.
차분한 합창을 시끄러운 관악기의 파열음으로 두동강 내는 것을 반복하다가, 나중에는 정말 혼돈 그 자체. 고통에 떨고 괴로워하는 성악 파트는 견디기 어려울 정도. 시험에 들고 괴로워하는 한 영혼의 모습이 눈 앞에 그려진다...
마침내, 모든 것이 정리되고 평균율 1번이 다시 연주되기 시작되면서 평안이 찾아온다. 평안이라기보단 모든 것을 이겨내고 천국으로 승천하는 느낌에 가까운 것 같다.

듣고 또 들어도, 평균율 1번이 다시 시작될 때에는 눈물이 흐른다. 나를 집어삼킬 듯한 그 모든 것을 이겨내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느낌. 감정을 억지로 참아내지 않는다면 펑펑 울수도 있을 것 같다.

가사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놀라울 정도로. 다만 음악이 모든 것을 표현해준다.


[Credo]

Credo in Jesum Christum

Audivistis dictum
oculum pro oculo
dentem pro dente

Autem ego vobis dicl:
non esse resistendum injuriae.

Credo

번역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믿노라.

너희는 들었다,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악한 자를 대적하지 말라.

[또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갚으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악한 자를 대적하지 말라
누구든지 네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 대며 (마태복음 5:38-39)]

나는 믿노라.



Thursday, May 18, 2017

삶에 대한 집착

일기를 꾸준히 쓰고 있다.

2010/06/03~2015/07/23,
공백기,
2017/01/01~.

왜 쓸까. 삶에 집착하는게 아니면 뭐란 말인가.


Wednesday, May 17, 2017

Saturday, May 13, 2017

[신보] 흐른, 심규선(Lucia), 레터 플로우

1. 흐른 [바깥의 땅]
흐른이 5년만에 앨범 [바깥의 땅]을 냈다. 음악을 그만둔 줄 알았는데 반갑다.

한국대중음악상 일렉트로닉 후보에 오를 수 있을까? 포크, 모던락 부문은 거의 정확히 맞추는데 일렉트로닉은 잘 모르겠다. 그래도 간만에 냈는데 좋은 결과 있었으면.




2. 레터 플로우 [누군가의 하루 완성본]
EP [누군가의 하루 Part.1]의 후속으로 2집 [누군가의 하루 완성본]이 나왔다.


'어제와 같은 하루' 같은 곡을 기대했는데 이런 느낌의 곡은 없네. 하루하루 살아가는 무력감과 내일에 대한 두려움을 잘 표현한 곡.






3. 심규선(Lucia) [환상소곡집 Op.1]
기다리고 기다렸던 심규선(Lucia)의 EP [환상소곡집 Op.1]이 곧 나오려나보다. 한 곡이 선공개 되었다. '파탈리테'. 운명 혹은 숙명이라는 프랑스어.




춤을 추는 치맛자락인가
퇴색해가는 금빛 하늘인가
찰나의 한순간만 아름다운 것
그중에 하나가 바로
사랑

새벽에 핀 은빛 목련인가
나비가 벗고 떠난 허물인가
세상에 모든 아름다운 것 중에서도
가장 쉽게 시드는 것
사랑


2015년말에 2집 [Light & Shade Chapter 2]가 발매되고 1년 반만의 앨범이네.
'외로워본'처럼 힘든 삶, 격정 속에서도 나를 붙잡아주는 곡이 나오기를...





석양이 타는 듯 뜨겁게 드리우고
불붙은 구름이 서서히 침몰하면
어느새 새벽이 베일 듯 날이 선 채 다가오네
침묵은 돌처럼 무겁게 짓누르고

아아 앞뒤 없는 어둠 속을 걸어가는 것
아아 기댈 곳도 없고 잡을 손도 없는 것
발 밑이 낭떠러지 같아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 같은 나 혼자, 어른의 기분

외로워 본 이는 사랑의 반대말들이
미움도 원망도 아닌 걸 알게 된다지요 
나를 떠난 이의 아픔도 이해하는 것
외로운 시간은 그렇게 성립하는 것
외로워 본
외로워 본

어제가 꿈처럼 아득히 느껴지고
별다른 이유가 없이도 눈물 흘릴 
준비가 된 채로 매일 
또 억지 하루 살아내는
그대를 그 누가 손가락질 할 테요

아아 격정 없는 텅 빈 꿈을 안고 사는 것
아아 유령 같은 그림자를 따라 걷는 것
앞길이 아지랑이 같아 현기증마저
느낄 수 없도록 아찔한 어른의 기분

외로워 본 이는 고독의 같은 말들이
슬픔도 상처도 아닌 걸 알게 된다지요
모든 게 다 지나고 나서야 이해하는 것
외로운 시간은 그렇게 성립하는 것

누가 말 했던가 사람은 
누구나 바다 위의 섬처럼 
외로운 운명을 쥐고 태어난다고
이토록 내 가슴에 뜨거운 이름
남겨준 그 기억만으로
난 더 이상 외롭지 않소 

외로움은 이제 더 이상 
견뎌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믿게 되었지요
진정으로 외로워 본 사람만이 
사랑하고 가슴 뜨거울 자격 있음을
외로워 본 외로워 본 외로워 본 
외로워 본



05/13, 6번의 5월 13일



2011/05/13
휴게소 화장실. 나만 긴 머리, 핑크색 자켓, 밝은 표정. 그 외엔 단정하게 자른 머리, 검정 양복, 어두침침하고 똑같은 표정. 나도 저렇게 되겠다 생각하니 슬퍼졌다.


2012/05/13
귀가 도중 어제 꿨던 꿈이 떠올랐다.
황제펭귄이 나를 쓰담아주는 꿈. 괴상한 꿈이었으나 마치 현실 같았지.


2013/05/13
그렇지만 부모를 선택 할 수 없듯이 신을 선택할 수 없다. 다만 그 신이 선하심을 믿는다.
.....
연구계획서 갑갑하네 진짜 이런 걸 견뎌내야 연구자가 되는구나.


2014/05/13
논문 이야기는 10분, 입자이론 전공에 대한 현실적 조언 40분.


2015/05/13
공부하다가 집에 가려는데 축제가 한창.
OO, XX 형과 놀았는데, OO 형이 참 잘 논다.



국립오페라단 오를란도 핀토 파쵸 (Orlando finto pazzo, 가짜 미치광이 오를란도)

국립오페라단의 2016-17 시즌의 7번째 레퍼토리.
비발디의 오를란도 핀토 파쵸 (1714년 초연). 3시간 10분 소요.


[등장인물*]
크리스트교 기사들을 모두 죽이겠다고 지옥의 신들에게 맹세한 마녀 에르실라(S).
에르실라를 죽이기 위해 그녀의 나라에 침입한 기사들. 오를란도 (B), 브란디마르테 (T), 그리포네 (C.T, S), 오리질레 (C.A).
마녀 에르실라의 기사인 아르질라노 (C.T, C.A), 에르실라의 여사제인 티그린다 (M.S).

* S 소프라노, M.S 메조 소프라노, C.A 콘트랄토, T 테너, B 바리톤, C.T 카운터 테너


[줄거리]
마녀 에르실라를 무찌르는 여정 가운데, 등장인물들은 사랑을 잃기도 되찾기도 한다. 기사 오를란도가 마녀 에르실라에게 붙잡히고, 정체를 들키지 않기 위해 미치광이 행세를 한다. (그래서 제목이 오를란도 핀토 파쵸이다.) 에르실라의 계략으로 오를란도의 정체가 탄로 나지만, 오를란도의 강한 힘 앞에서 에르실라는 힘 없이 무너지며 복수를 예고하며 도망친다. 에르실라가 떠난 후 에르실라의 나라는 평온을 되찾는다.

에르실라가 도망치고 평화가 찾아온다. 2016년 아시아 초연 때의 연출. 출처 [국립오페라단]


마녀와 기사단의 대립이지만 그들의 관계는 복잡하다. 7각 관계.
오리질레는 그리포네를, 그리포네는 티그린다를, 티그린다는 아르질라노를, 아르질라노에르실라를, 에르실라는 오를란도를. 제대로된 연인은 오를란도와 안젤리카.

긴박한 상황에서도 엇갈리는 사랑과 배신. 목숨을 걸고 사랑에 뛰어든다. 사랑을 위해서 남장이나 여장을 하기도 하고, 사랑을 잊으려고 사랑도 한다.


[감상]
마녀 에르실라에게 푹 빠져버렸다. 사악하고 무서운 마녀지만 원수인 오를란도를 알아보지 못하고 사랑에 빠진다. 사랑에 빠진 에르실라의 모습은 사춘기 소녀처럼 순수했다. 나중에 오를란도의 정체가 탄로난 후 배신감에 사무쳐 부르는 아리아는 처절하기까지 했다.

에르실라가 왕좌에 앉아있는 모습. 2016년 아시아 초연 때의 연출. 출처 [국립오페라단]



   Recitativo (S)

Che volto! Ah, no, mio cuore.
참으로 잘 생겼네! 아, 안돼, 나의 마음.
il cuor di Ersilla non vaneggia d'Amor.
에르실라의 마음은 사랑은 원치 않아.
Come sfavilla in lui d'Amor la face!
이 남자 얼굴에선 어찌하여 사랑의 빛이!
Arvampo, sudo, tremo, impallidisco.
내 몸이 타올라 땀이 나고, 떨리고, 창백해네.
Oh amate labbra! Oh volto almo e sereno!
오 사랑스러운 입술! 오 하늘에서 내린 평온한 얼굴!


   Recitativo (S)

Amante ti credei,
나의 연인인 줄 알았는데,
ma la mia fede dalla tua frode fu delusa.
나의 사랑이 당신의 속임수에 배반 당해버렸어.
iniquo traditore! sleal, empio, spergiuro!
나쁜 배신자! 비열한 사기꾼!
ahi! che mi scoppia il cuor! 
아아! 마음이 찢어지는구나!
rendimi, ingrato, quell'amor che involasti, quella fé che rubasti all'alma mia!
당신이 훔쳐간 내 사랑과, 내 마음에서 앗아간 한결 같은 지조를 돌려놔!
oh, fede! oh, amor!
아, 믿음! 아, 사랑!
oh, duolo! oh, gelosia!
아, 슬픔! 아, 질투!


   Aria (S)
Ma non sempre sarò invendicata.
그러나 절대로 복수를 포기하지 않겠다.
cotro voi serberò un odio eterno
내 증오는 끝이 없을지니
e tifei e titani armerò.
훗날 괴물과 거인을 무장시킬테다.


그리포네 역을 맡은 정시만 카운터 테너가 정말 멋졌다. 아름다우면서도 강한 목소리. 그가 보여준 연기까지도!

나는 바흐와 헨델을 매일 듣지만 비발디는 친숙하지 않다. 사계조차 안 좋아해서.
오늘 비발디를 새롭게 알게 되었다. 시대를 너무 앞서갔다. 진지함 속에서도 생기 넘치는 해학. 감히 그 어떤 오페라나, 심지어 뮤지컬보다 뛰어난 해학을 보여줬다고 단언할 수 있겠다. 모짜르트의 돈 지오반니를 하하 웃으면서 봤다면, 오늘은 깔깔깔 웃으면서 본 정도.



   Aria (Tigrinda)
Ad Argillano (아르질라노에게)   
Ad Origille (오리질레에게)        

Mio caro!
내 사랑!
Traditor!
배신자!
Per te son tutta amor.
내 사랑은 당신 뿐이에요.
Per te di sdegno avvampo!
너, 나를 화나게 했어!
Mio ben, fellon, mio sol!
내 사랑, 나쁜 놈, 나의 태양
Vedimi in volto il lampo,
네 놈에게 떨어질 벼락이,
foriero a te del fulmine.
훤히 보이는구나.
Caro, negl'occhi guardami,
내 사랑, 제 눈을 봐주세요,
vedrai per qual ferita, mia vita, il cuor si duol.
상처로 가슴 아파하는 제가 보일거에요.



티그린다가 아르질라노와 오리질레 사이에서 부르는 아리아. 아르질라노에게 구애를 하고 오리질레에게 화를 내는 과정에서 상대를 순간 헷갈려한다. 오리질레에게 'Mio ben, mio sol!'이라니!


[연출]
바로크적 환상의 재현. 조명감독과 무대 디자이너, 의상 연출가에서 박수를. 에르실라가 도망치며 날아갈때 정말 대단했다.

인터미션: 막이 [닫힌] 모습.

커튼콜: 왼쪽에서부터 브란디마르테, 그리포네, 오를란도에르실라, 지휘자, 아르질라노오리질레티그린다, 안젤리카.







헤어나오질 못해서 일요일 티켓을 한장 더 끊었다.

Thursday, May 11, 2017

05/11, 6번의 5월 11일



2011/05/11
소중한 기억의 기록이라... 뭘까


2012/05/11
적분기 회로 때문에 인기가 많아졌다. 프로젝트 주제를 찾다보다가 BBQ에서 회식.


2013/05/11
들을만하다. 하루에 두 번 이상 듣지 않는다면 이런 공연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관객들 수준이 문제지. 밥 먹다가 열띠게 이야기했다. 옆에 계신 분이 좋다. OO의 말을 들으면 짜증나는데 그 분은 조곤조곤. 자기중심적인 사람이 되어 내 생각에 갇히는 일은 없도록 해야겠다.


2014/05/11
데려다주고 집에 가는길. 버스가 끊겨 고생했다.


2015/05/11
집에 돌아가서 Srednicki의 양자장론 교과서를 읽기 시작했는데 이제서 읽힌다. 구입한지 1년 반만의 일이다.


2017/05/11
진짜 기억을 찾다. 손 쉽게 기억이 대치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내 꾀에 내가 당했지만 치밀함에 놀라다. 되찾음에 행복하다.



이날을 위한 우산


게오르그 뷔히너상 수상작들은 다들 읽어볼만한 듯.



죽어가는 사람은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게 돼 있어. 나는 말한다. 너 마치, 레기네는 말한다, 한번 죽어본 사람처럼 말하는구나. 물론이지, 나는 말한다, 자주 죽어봤지, 넌 아냐? 우리는 웃는다. 하지만 레기네가 내 마지막 말을 이해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잠시 내가 받은 하루 동안의 형벌을 말로 표현해내고 난 뒤 계속 삶을 살아가고 싶을 뿐이다. 아니, 내가 벗어나고 싶은 것은 지옥의 형벌이 아니라 이 하루의 기이함이다. 어떻게 단 몇 차례 만났을 뿐이고 아는 것이라고는 그녀의 이름밖에 없는데 그런 미용사가 그리워지고, 거의 망가져버린 사진작가에게 질투를 하고, 어차피 생계를 책임져주지 못하던 일자리를 잃었다고 슬퍼할 수가 있는가? 그리고 어떻게 그 모든 일이 하루에 일어날 수가 있단 말인가?

지금 즐거워하고 있는 이 사람들 모두가, 만약 갑자기 냉혹하게 처신하는 것이 득이 될 것처럼 보이면 제일 먼저 냉혹해질 거라고 난 확신한다.

Wednesday, May 10, 2017

시와

평안, 위로. 단조롭지만 가볍게 들을 수 없다.
'시와'는 10년간 특수학교 교사로 일하며 음악치료를 공부 했던게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1. 랄랄라




여기 앉아서 좀 전에 있었던 자리를 본다
아. 묘한 기분 저기에 있었던 내가 보인다

저 하늘 저 나무 저 그늘 저 계단 여기서도 저기서도 똑같아 보일까
저 하늘 저 나무 저 그늘 저 계단 거기에 있었을 땐 볼 수 없었지

흐르는 물소리 떨어지는 꽃잎 발소리 내는 것도 조심스럽게
흐르는 물 속에 세상이 비치네 내 얼굴도 비춰볼까













2. 나무의 말





나는 어느새 이만큼 자라 제법 살아가고 있어요
지금껏 어리숙해 많이 헤매고 흔들려 떠돌기도 했지만

매일같이 다른 하루 새로운 시작

땅 속에 깊이 뿌리 단단하게 내리던 어제
하늘에 가지 높이 자라 잎을 빛내는 오늘

이제는 그만 마음 놓아
내게 편안히 기대
나의 그림자에 누워
















듣고 있으면 그림동화집 같은 수채화들이 머릿속에서 그려진다.

2017/05/10

1. 에이리언: 커버넌트



창조론, 진화론, 지적설계론의 교합
며칠 전에 전편인 프로메테우스 (2012)를 복습해서 흥미진진.
시리즈에 길이 남을 악역 탄생.


2. 대선
문재인 후보의 우세는 예상대로,
2, 3위 싸움은 예상 밖. (출구조사 기준)


[단상]
합리적 위선, 맹신: 종교와 정치에 있어서 용서 혹은 더 나아가 칭송 받는 것.

Tuesday, May 9, 2017

책 읽기

간만에 독서를 시작.

나의 책 읽기는 고등학생 때 시작, 대학생 때 절정.
주로 읽는건 세계문학전집 (민음사, 문학동네, 을유, 문예).

이유:
간접경험을 위하여.
날 것의 욕망도 문학의 틀 안에서는 이상하리만큼 안전하게 실현된다.
욕망이란게 선한 것도 악한 것도 있고...
책을 읽을 때 정직하게 표출이 되는 것 같다.

고전, 문학이라는 멋진 말로 꾸밀 필요가 없다.
그냥 간접경험을 체험해보는 것만으로 재밌다.

Sunday, April 16, 2017

Easter

Easter.

1. Christ The Lord Is Risen Today (Latin Hymn, 14th Century, 새찬송가 164장)





2. Messiah, Handel




3. Oster-Oratorium (Easter Oratorio), Bach



Monday, April 10, 2017

음악 감상

큰일이다.
음악에 더욱 빠져버렸다.

예전 같으면 처음 듣는 곡이면 졸거나 할텐데
그러지도 않는다. 갑자기 쉽게 들리고 재미있다.

공부가 그래야하는데....
큰일이네, 취미를 넘어서 삶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Saturday, April 8, 2017

네가 없었다면


여느 때처럼 클래식을 듣고 있는데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내가 Karl Richter라는 한 사람의 지휘자,
한 사람의 연주자를 알지 못했다면,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지금보다 행복할 수도, 불행할 수도 있다. 지금만큼 살 수도 있고.
하지만 음악이라는 우주의 거대한 한 부분을 모르고 살았을 것이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죽은 사람이 내 인생에 이렇게 영향을 주었다.
그렇다면, 나 역시도 누군가에게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거겠지.


이런 마음에 간만에 노래 한곡을 다시 들어보니 새롭다. 흘려들을 수 없다.


네가 없었다면 / 오지은


너를 만나고 좋았던 점을
하나만 꼽으라 말한다면
절대로 곧바로
생각이 나진 않겠지만
이것 하나는 말할 수 있어

네가 없었다면 나는
도화지의 작은 점
너를 만나고 파란 선 하나
너를 좋아하고 노란 꽃 한 송이
너를 사랑하고 빨간 주단 한 폭
너와 이별하고 보라색 비


너를 만나고 좋았던 점을
하나만 꼽으라 말한다면
절대로 곧바로
생각이 나진 않겠지만
이것 하나는 말할 수 있어
네가 없었다면 나는
도화지의 작은 점


Saturday, April 1, 2017

사람은

아름다워야 한다.
지혜로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Sunday, March 26, 2017

2017/03/26

지난 2년간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나.
잃은게 더 많은 것 같다.
되찾으면 된다.
꼭 되찾고 말거다.

Saturday, March 11, 2017

2017/03/10-2107/03/11

어제 오전 11시를 어떠한 심정으로 기다렸는지 말로 표현을 못하겠다.
숨죽이며 사람들과 함께 생중계를 지켜보며, 환호성을 터뜨렸다.
나라가 정상화 될 수 있는 일말의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그간 촛불시위에 나간 보람도 느껴졌다.

탄핵이 인용되면 막혀있던 일들도 술술 풀릴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다. 기뻐서 일이 손에 안 잡히는 것도 있고, 내 손을 떠나간 문제들도 있기 때문이다.


1년 반째 해결을 못하고 있는 문제가 있다. 속 시원히 풀리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은 충분히 한 것 같다. 이제는 가만히 기다리는 것도, 해결하려고 애쓰는 것도 욕지거리를 내지를만큼 힘들고 화가 난다.



하루에도 몇번씩 불안하고, 뒤숭숭하다. 이러고 있는 내가 한심하지만 어떻게 벗어나야할지 모르겠다.

Saturday, January 21, 2017

와인 (1)

문득 와인을 잘 알고 싶었다.
돈도 없고 같이 나눌 사람도 없지만
그래도 와인에 한번 빠져 보고 싶었다.

이런 생각을 품고 산지 어언 3개월은 된 것 같다.
항상 결심은 이상한 때에 하게 된다.
밥먹고 주류가게를 지나치다가 무턱대고 들어갔다.

와인에 입문하려는데 추천해주세요.

여러가지 설명을 듣다가 품종부터 시작하는게 좋다는 권유를 받았다.
그렇게 첫와인은 몬테스 알파 카베네 쇼비뇽(레드)이 되었다.

와인잔에 코를 대자마자 달면서 진한 향이 올라온다.
알코올과 과일향.
혀에 닿으면 떫은 맛, 그 뒤엔 쓴 맛이 느껴지고 삼킬때는 거칠다.
아직 와인을 맛있게 즐기지는 못하겠지만, 향이 좋아서 계속 코에 가져다 대게 된다.

살고 있다 (4)

간만에 블로그에 글을 써보네.
내 삶을 돌이켜보며 반성하거나
힘을 얻고 싶을 때마다 블로그에 들어오기 때문에
계속 글 제목이 '살고 있다'이다.
이 시리즈로 4개나 쓰게 될지 몰랐는데..

많은 일들이 있었다.
대학원 생활에 대한 부담감은 더욱 커져 하루를 겨우 살아내고 있다.
겪어가는 사람들도 조금 구성이 변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책에 빠져 있다.

다음에 들어올때는 어떻게 되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