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May 13, 2017

[신보] 흐른, 심규선(Lucia), 레터 플로우

1. 흐른 [바깥의 땅]
흐른이 5년만에 앨범 [바깥의 땅]을 냈다. 음악을 그만둔 줄 알았는데 반갑다.

한국대중음악상 일렉트로닉 후보에 오를 수 있을까? 포크, 모던락 부문은 거의 정확히 맞추는데 일렉트로닉은 잘 모르겠다. 그래도 간만에 냈는데 좋은 결과 있었으면.




2. 레터 플로우 [누군가의 하루 완성본]
EP [누군가의 하루 Part.1]의 후속으로 2집 [누군가의 하루 완성본]이 나왔다.


'어제와 같은 하루' 같은 곡을 기대했는데 이런 느낌의 곡은 없네. 하루하루 살아가는 무력감과 내일에 대한 두려움을 잘 표현한 곡.






3. 심규선(Lucia) [환상소곡집 Op.1]
기다리고 기다렸던 심규선(Lucia)의 EP [환상소곡집 Op.1]이 곧 나오려나보다. 한 곡이 선공개 되었다. '파탈리테'. 운명 혹은 숙명이라는 프랑스어.




춤을 추는 치맛자락인가
퇴색해가는 금빛 하늘인가
찰나의 한순간만 아름다운 것
그중에 하나가 바로
사랑

새벽에 핀 은빛 목련인가
나비가 벗고 떠난 허물인가
세상에 모든 아름다운 것 중에서도
가장 쉽게 시드는 것
사랑


2015년말에 2집 [Light & Shade Chapter 2]가 발매되고 1년 반만의 앨범이네.
'외로워본'처럼 힘든 삶, 격정 속에서도 나를 붙잡아주는 곡이 나오기를...





석양이 타는 듯 뜨겁게 드리우고
불붙은 구름이 서서히 침몰하면
어느새 새벽이 베일 듯 날이 선 채 다가오네
침묵은 돌처럼 무겁게 짓누르고

아아 앞뒤 없는 어둠 속을 걸어가는 것
아아 기댈 곳도 없고 잡을 손도 없는 것
발 밑이 낭떠러지 같아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 같은 나 혼자, 어른의 기분

외로워 본 이는 사랑의 반대말들이
미움도 원망도 아닌 걸 알게 된다지요 
나를 떠난 이의 아픔도 이해하는 것
외로운 시간은 그렇게 성립하는 것
외로워 본
외로워 본

어제가 꿈처럼 아득히 느껴지고
별다른 이유가 없이도 눈물 흘릴 
준비가 된 채로 매일 
또 억지 하루 살아내는
그대를 그 누가 손가락질 할 테요

아아 격정 없는 텅 빈 꿈을 안고 사는 것
아아 유령 같은 그림자를 따라 걷는 것
앞길이 아지랑이 같아 현기증마저
느낄 수 없도록 아찔한 어른의 기분

외로워 본 이는 고독의 같은 말들이
슬픔도 상처도 아닌 걸 알게 된다지요
모든 게 다 지나고 나서야 이해하는 것
외로운 시간은 그렇게 성립하는 것

누가 말 했던가 사람은 
누구나 바다 위의 섬처럼 
외로운 운명을 쥐고 태어난다고
이토록 내 가슴에 뜨거운 이름
남겨준 그 기억만으로
난 더 이상 외롭지 않소 

외로움은 이제 더 이상 
견뎌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믿게 되었지요
진정으로 외로워 본 사람만이 
사랑하고 가슴 뜨거울 자격 있음을
외로워 본 외로워 본 외로워 본 
외로워 본



05/13, 6번의 5월 13일



2011/05/13
휴게소 화장실. 나만 긴 머리, 핑크색 자켓, 밝은 표정. 그 외엔 단정하게 자른 머리, 검정 양복, 어두침침하고 똑같은 표정. 나도 저렇게 되겠다 생각하니 슬퍼졌다.


2012/05/13
귀가 도중 어제 꿨던 꿈이 떠올랐다.
황제펭귄이 나를 쓰담아주는 꿈. 괴상한 꿈이었으나 마치 현실 같았지.


2013/05/13
그렇지만 부모를 선택 할 수 없듯이 신을 선택할 수 없다. 다만 그 신이 선하심을 믿는다.
.....
연구계획서 갑갑하네 진짜 이런 걸 견뎌내야 연구자가 되는구나.


2014/05/13
논문 이야기는 10분, 입자이론 전공에 대한 현실적 조언 40분.


2015/05/13
공부하다가 집에 가려는데 축제가 한창.
OO, XX 형과 놀았는데, OO 형이 참 잘 논다.



국립오페라단 오를란도 핀토 파쵸 (Orlando finto pazzo, 가짜 미치광이 오를란도)

국립오페라단의 2016-17 시즌의 7번째 레퍼토리.
비발디의 오를란도 핀토 파쵸 (1714년 초연). 3시간 10분 소요.


[등장인물*]
크리스트교 기사들을 모두 죽이겠다고 지옥의 신들에게 맹세한 마녀 에르실라(S).
에르실라를 죽이기 위해 그녀의 나라에 침입한 기사들. 오를란도 (B), 브란디마르테 (T), 그리포네 (C.T, S), 오리질레 (C.A).
마녀 에르실라의 기사인 아르질라노 (C.T, C.A), 에르실라의 여사제인 티그린다 (M.S).

* S 소프라노, M.S 메조 소프라노, C.A 콘트랄토, T 테너, B 바리톤, C.T 카운터 테너


[줄거리]
마녀 에르실라를 무찌르는 여정 가운데, 등장인물들은 사랑을 잃기도 되찾기도 한다. 기사 오를란도가 마녀 에르실라에게 붙잡히고, 정체를 들키지 않기 위해 미치광이 행세를 한다. (그래서 제목이 오를란도 핀토 파쵸이다.) 에르실라의 계략으로 오를란도의 정체가 탄로 나지만, 오를란도의 강한 힘 앞에서 에르실라는 힘 없이 무너지며 복수를 예고하며 도망친다. 에르실라가 떠난 후 에르실라의 나라는 평온을 되찾는다.

에르실라가 도망치고 평화가 찾아온다. 2016년 아시아 초연 때의 연출. 출처 [국립오페라단]


마녀와 기사단의 대립이지만 그들의 관계는 복잡하다. 7각 관계.
오리질레는 그리포네를, 그리포네는 티그린다를, 티그린다는 아르질라노를, 아르질라노에르실라를, 에르실라는 오를란도를. 제대로된 연인은 오를란도와 안젤리카.

긴박한 상황에서도 엇갈리는 사랑과 배신. 목숨을 걸고 사랑에 뛰어든다. 사랑을 위해서 남장이나 여장을 하기도 하고, 사랑을 잊으려고 사랑도 한다.


[감상]
마녀 에르실라에게 푹 빠져버렸다. 사악하고 무서운 마녀지만 원수인 오를란도를 알아보지 못하고 사랑에 빠진다. 사랑에 빠진 에르실라의 모습은 사춘기 소녀처럼 순수했다. 나중에 오를란도의 정체가 탄로난 후 배신감에 사무쳐 부르는 아리아는 처절하기까지 했다.

에르실라가 왕좌에 앉아있는 모습. 2016년 아시아 초연 때의 연출. 출처 [국립오페라단]



   Recitativo (S)

Che volto! Ah, no, mio cuore.
참으로 잘 생겼네! 아, 안돼, 나의 마음.
il cuor di Ersilla non vaneggia d'Amor.
에르실라의 마음은 사랑은 원치 않아.
Come sfavilla in lui d'Amor la face!
이 남자 얼굴에선 어찌하여 사랑의 빛이!
Arvampo, sudo, tremo, impallidisco.
내 몸이 타올라 땀이 나고, 떨리고, 창백해네.
Oh amate labbra! Oh volto almo e sereno!
오 사랑스러운 입술! 오 하늘에서 내린 평온한 얼굴!


   Recitativo (S)

Amante ti credei,
나의 연인인 줄 알았는데,
ma la mia fede dalla tua frode fu delusa.
나의 사랑이 당신의 속임수에 배반 당해버렸어.
iniquo traditore! sleal, empio, spergiuro!
나쁜 배신자! 비열한 사기꾼!
ahi! che mi scoppia il cuor! 
아아! 마음이 찢어지는구나!
rendimi, ingrato, quell'amor che involasti, quella fé che rubasti all'alma mia!
당신이 훔쳐간 내 사랑과, 내 마음에서 앗아간 한결 같은 지조를 돌려놔!
oh, fede! oh, amor!
아, 믿음! 아, 사랑!
oh, duolo! oh, gelosia!
아, 슬픔! 아, 질투!


   Aria (S)
Ma non sempre sarò invendicata.
그러나 절대로 복수를 포기하지 않겠다.
cotro voi serberò un odio eterno
내 증오는 끝이 없을지니
e tifei e titani armerò.
훗날 괴물과 거인을 무장시킬테다.


그리포네 역을 맡은 정시만 카운터 테너가 정말 멋졌다. 아름다우면서도 강한 목소리. 그가 보여준 연기까지도!

나는 바흐와 헨델을 매일 듣지만 비발디는 친숙하지 않다. 사계조차 안 좋아해서.
오늘 비발디를 새롭게 알게 되었다. 시대를 너무 앞서갔다. 진지함 속에서도 생기 넘치는 해학. 감히 그 어떤 오페라나, 심지어 뮤지컬보다 뛰어난 해학을 보여줬다고 단언할 수 있겠다. 모짜르트의 돈 지오반니를 하하 웃으면서 봤다면, 오늘은 깔깔깔 웃으면서 본 정도.



   Aria (Tigrinda)
Ad Argillano (아르질라노에게)   
Ad Origille (오리질레에게)        

Mio caro!
내 사랑!
Traditor!
배신자!
Per te son tutta amor.
내 사랑은 당신 뿐이에요.
Per te di sdegno avvampo!
너, 나를 화나게 했어!
Mio ben, fellon, mio sol!
내 사랑, 나쁜 놈, 나의 태양
Vedimi in volto il lampo,
네 놈에게 떨어질 벼락이,
foriero a te del fulmine.
훤히 보이는구나.
Caro, negl'occhi guardami,
내 사랑, 제 눈을 봐주세요,
vedrai per qual ferita, mia vita, il cuor si duol.
상처로 가슴 아파하는 제가 보일거에요.



티그린다가 아르질라노와 오리질레 사이에서 부르는 아리아. 아르질라노에게 구애를 하고 오리질레에게 화를 내는 과정에서 상대를 순간 헷갈려한다. 오리질레에게 'Mio ben, mio sol!'이라니!


[연출]
바로크적 환상의 재현. 조명감독과 무대 디자이너, 의상 연출가에서 박수를. 에르실라가 도망치며 날아갈때 정말 대단했다.

인터미션: 막이 [닫힌] 모습.

커튼콜: 왼쪽에서부터 브란디마르테, 그리포네, 오를란도에르실라, 지휘자, 아르질라노오리질레티그린다, 안젤리카.







헤어나오질 못해서 일요일 티켓을 한장 더 끊었다.

Thursday, May 11, 2017

05/11, 6번의 5월 11일



2011/05/11
소중한 기억의 기록이라... 뭘까


2012/05/11
적분기 회로 때문에 인기가 많아졌다. 프로젝트 주제를 찾다보다가 BBQ에서 회식.


2013/05/11
들을만하다. 하루에 두 번 이상 듣지 않는다면 이런 공연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관객들 수준이 문제지. 밥 먹다가 열띠게 이야기했다. 옆에 계신 분이 좋다. OO의 말을 들으면 짜증나는데 그 분은 조곤조곤. 자기중심적인 사람이 되어 내 생각에 갇히는 일은 없도록 해야겠다.


2014/05/11
데려다주고 집에 가는길. 버스가 끊겨 고생했다.


2015/05/11
집에 돌아가서 Srednicki의 양자장론 교과서를 읽기 시작했는데 이제서 읽힌다. 구입한지 1년 반만의 일이다.


2017/05/11
진짜 기억을 찾다. 손 쉽게 기억이 대치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내 꾀에 내가 당했지만 치밀함에 놀라다. 되찾음에 행복하다.



이날을 위한 우산


게오르그 뷔히너상 수상작들은 다들 읽어볼만한 듯.



죽어가는 사람은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게 돼 있어. 나는 말한다. 너 마치, 레기네는 말한다, 한번 죽어본 사람처럼 말하는구나. 물론이지, 나는 말한다, 자주 죽어봤지, 넌 아냐? 우리는 웃는다. 하지만 레기네가 내 마지막 말을 이해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잠시 내가 받은 하루 동안의 형벌을 말로 표현해내고 난 뒤 계속 삶을 살아가고 싶을 뿐이다. 아니, 내가 벗어나고 싶은 것은 지옥의 형벌이 아니라 이 하루의 기이함이다. 어떻게 단 몇 차례 만났을 뿐이고 아는 것이라고는 그녀의 이름밖에 없는데 그런 미용사가 그리워지고, 거의 망가져버린 사진작가에게 질투를 하고, 어차피 생계를 책임져주지 못하던 일자리를 잃었다고 슬퍼할 수가 있는가? 그리고 어떻게 그 모든 일이 하루에 일어날 수가 있단 말인가?

지금 즐거워하고 있는 이 사람들 모두가, 만약 갑자기 냉혹하게 처신하는 것이 득이 될 것처럼 보이면 제일 먼저 냉혹해질 거라고 난 확신한다.

Wednesday, May 10, 2017

시와

평안, 위로. 단조롭지만 가볍게 들을 수 없다.
'시와'는 10년간 특수학교 교사로 일하며 음악치료를 공부 했던게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1. 랄랄라




여기 앉아서 좀 전에 있었던 자리를 본다
아. 묘한 기분 저기에 있었던 내가 보인다

저 하늘 저 나무 저 그늘 저 계단 여기서도 저기서도 똑같아 보일까
저 하늘 저 나무 저 그늘 저 계단 거기에 있었을 땐 볼 수 없었지

흐르는 물소리 떨어지는 꽃잎 발소리 내는 것도 조심스럽게
흐르는 물 속에 세상이 비치네 내 얼굴도 비춰볼까













2. 나무의 말





나는 어느새 이만큼 자라 제법 살아가고 있어요
지금껏 어리숙해 많이 헤매고 흔들려 떠돌기도 했지만

매일같이 다른 하루 새로운 시작

땅 속에 깊이 뿌리 단단하게 내리던 어제
하늘에 가지 높이 자라 잎을 빛내는 오늘

이제는 그만 마음 놓아
내게 편안히 기대
나의 그림자에 누워
















듣고 있으면 그림동화집 같은 수채화들이 머릿속에서 그려진다.

2017/05/10

1. 에이리언: 커버넌트



창조론, 진화론, 지적설계론의 교합
며칠 전에 전편인 프로메테우스 (2012)를 복습해서 흥미진진.
시리즈에 길이 남을 악역 탄생.


2. 대선
문재인 후보의 우세는 예상대로,
2, 3위 싸움은 예상 밖. (출구조사 기준)


[단상]
합리적 위선, 맹신: 종교와 정치에 있어서 용서 혹은 더 나아가 칭송 받는 것.

Tuesday, May 9, 2017

책 읽기

간만에 독서를 시작.

나의 책 읽기는 고등학생 때 시작, 대학생 때 절정.
주로 읽는건 세계문학전집 (민음사, 문학동네, 을유, 문예).

이유:
간접경험을 위하여.
날 것의 욕망도 문학의 틀 안에서는 이상하리만큼 안전하게 실현된다.
욕망이란게 선한 것도 악한 것도 있고...
책을 읽을 때 정직하게 표출이 되는 것 같다.

고전, 문학이라는 멋진 말로 꾸밀 필요가 없다.
그냥 간접경험을 체험해보는 것만으로 재밌다.